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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는 당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수시로 감추고
잘 있는지 확인하고 또 보이지 않는다며 계속 찾으셨습니다.
고모가 준 쌈짓돈 5만 원이 안 보인다며 계속 찾던 기억이 납니다.
도어락 여는 방법을 알아내신 날 혼자 나가셨다가 길을 잃고
큰 터널 앞에 주저앉아 계시던 것을 경찰이 발견한 적도 있습니다.
할머니는 큰아들인 저희 아버지에게 유독 집착을 하셔서
수시로 찾으시고 전화를 연결해 드리면 빨리 오라며 성화 십니다.
사시던 순천 집을 가고 싶어 하시고 매번 오늘 가겠다고 하십니다.
저희 집에 계시는 동안 주무시는 방이 어딘지 자주 잊어버리셔서
밤 중에 다른 방문을 열거나 누군가를 깨워 물으실 때가 많았습니다.
할머니의 시어머니, 저의 증조할머니께서는 며느리인 할머니에게
청소나 식사에 대한 구박을 심하게 하셨다고 들었는데
특히 방바닥에 머리카락이 있는 것을 구박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쭈그려 앉아서 방바닥을 보며 머리카락이나 먼지를
주워 담는 행동을 자주, 몇 시간 동안 반복하시곤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바라보는 대상들, 바라보는 세상이 어떠할지
알 수는 없지만 최대한 할머니의 시선에서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 책 마지막 장의 글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