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디자이너 :
  • 지도교수 :
    신해옥
방랑자의 특권은 항상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타지에서 나와 같이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과 이를 배웠다. 우리는 가끔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할 수 없거나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도 몰라 버벅대면서도 항상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국어로, 그리고 또 외국어로 다양한 언어를 방랑하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대화를 창조했다. 포착된 장면과 몸짓이 융화된 영상이 재생되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 다양한 대화의 파편들이 생략과 재해석을 거쳐 독특한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조르주 페렉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미 재현되고 흩어져가는 경험은 다른 곳에서 절대 찾을 수 없다.[1] 나와 완전히 다른 타인과 소속감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것은 자유의 공간, 즉 하나의 ‘세상’을 확장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는 유행이나 온갖 멋진 것들을 자랑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스꽝스럽게 웃고,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구사하거나, 완벽하지 않은 발음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야깃거리는 항상 그 안에 있었고 이는 우리가 발화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자유로움을 준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우리는 계속 소통하고 발화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순히 살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2]


[1] 조르주 페렉, 『생각하기/분류하기』, 문학동네, 2015, p.47.
[2] Patti Smith, 『Devotion』, Yale University Press, 2017,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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