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 디자이너의 "고통 없는 화장실"은 '비인간 동물'과 '인간동물'을 가르는 이분법적 경계를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을 통해 흐리는 것을 목적으로 디자인된 웹사이트 이다. 본 전시 과목 <이것과 저것>을 가로지르는 사상인 "음양론"은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중요시 여겼으며, 크게 보면 과거 시대를 분석했던 하나의 관점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음양론은 과거에만 적용되는 관점일까. 어떻게 음양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본 디자이너는 개인을 알아야 시대를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소유물에 둘러싸여 소유물로 자신을 정의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끊임없이 소유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이렇게 우리는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디자이너는 말한다. 하지만 소비의 시대에 음과 양은 분명 분리되어 있다. 고통없는 화장실의 제목과 달리 화장실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 화장실 내 대부분의 생활화학제품은 동물실험을 거친 것이며, 이 제품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노동자는 산업재해를 겪거나 부당한 노동처사를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는 분명 제품을 소비하지만 제품이 어떻게 생겨났고,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 본 웹사이트는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보이는 진한 하늘색 배경 위 "고통없는 화장실" 연한 분홍색 레터링이 쓰인 랜딩페이지. 두 번째는 여러가지 텍스처로 구성된 화장실 도면. 세 번째는 화장실 도면에 그려진 세탁기, 세면대, 변기, 화장실 문 닫기를 클릭 했을 때 나오는 세제, 화장품, 방향제, 화장실... 이렇게 네 가지의 제품들의 '고통정보'가 담긴 형형색색의 상세페이지. 이렇게 비인간동물 그리고 인간동물의 고통정보를 열람하며 관람자 개인의 이분법 경계를 흐리는 계기가 되길, 보다 고통 없는 화장실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