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을 밝히는 빛의 이야기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빛. 어둠 속에서 이대로 잊혀지나 싶었던 찰나, 강아지 한 마리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아주 추상적인 공간에서 누군가의 방으로, 그리고 밖으로, 가로등을 지나 한 건물을, 그리고 도시를 밝힌다.
여정에는 끝이 없다. 시시각각 바뀌는 공간은 현실과 닮았지만 현실의 것 같지가 않다. 이름모를 아이의 기억 같기도 하다. 그것을 이리저리 더듬어가며, 마침내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면 기억의 주인이 있다.
흐렸던 의식이 돌아오고 마침내 세상은 밝아진다.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빛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오직 아이만이 우주선을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빛은 세상과 동화된다. 이제 밝아진 공간 속에서 형체를 또렷이 유지할 필요가 없기에.